“26명 모두 누군가 힘들면 마음속으로 늘 응원한다.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.”
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30분(이하 한국시간)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(AFC)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2-2로 비겼다.
이로써 한국은 승점 4점(1승 1무, 득실+2)으로 조 2위에 머물렀다. 요르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승점 4점(득실 +4)으로 1위를 지켰다. E조 1위의 주인공은 마지막 3차전에서 정해지게 됐다. 한국은 말레이시아, 요르단은 바레인과 만난다.
어려운 경기였다. 한국은 전반 9분 손흥민(토트넘)의 페널티 킥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지만, 이후 흐름을 내줬다. 그러더니 전반 38분 박용우의 헤더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. 여기에 전반 종료를 눈앞에 두고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역전골까지 내줬다.
패색이 짙던 한국을 구한 건 황인범(츠르베나 즈베즈다)이었다.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내준 패스를 황인범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. 공은 상대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자책골이 됐다. 그 덕분에 한국은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.
이날 황인범은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맹활약을 펼쳤고, 상대의 거친 견제에 수 차례 쓰러지기도 했다. 그는 경기 후 “중원에 있다 보니까 부딪히는 일은 익숙하다. 원래 안 좋았던 부위에 같은 타박상을 입어서 좀 많이 불편했다. 마지막에 교체되긴 했지만, 끝까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”라고 말했다.
만족하긴 어려운 결과. 황인범은 “우리가 원한 결과는 아니지만, 다행히 승점 1점이라고 가져온 부분은 조금 긍정적이다. 전반엔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더 소통하면서 도와주려했다.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 않나.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다. 그럴 때 옆에 있는 선수들이 희생해주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. 그런 부분을 잘 얘기하겠다”라고 다짐했다.
한국은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. 황인범은 “아시아에서 경기를 하면 모든 사람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. 선수들도 매 경기 승리하려 하면서 침착하자고 다짐한다. 그러나 사람인 만큼 조급해질 수 있다. 축구는 개인이 아니라 팀 스포츠다. 어떻게든 서로 잘 소통해 도와야 한다. 오늘 얻은 교훈을 토대로 탄탄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”라고 전했다.
황인범은 “훈련에서부터 토너먼트를 진행하면서 좋아질 수 있는 몸 상태로 준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. 그런 걸 떠나 우리는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어떤 팀이든 이겨야 하는 팀이다. 경기 끝나고 다 같이 얘기했듯이 오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. 아시안컵은 월드컵 예선과 또 다르다”라고 설명했다.
이제 황인범은 마지막 3차전만 생각한다. 그는 “감독님이 처음부터 ‘평가전 포함 8경기를 하고 가야 한다’라고 인터뷰를 했다. 그러면서도 선수들에겐 ‘눈앞에 있는 한 경기 한 경기만 먼저 생각하자. 그것만 잘 헤쳐나가면 너희 능력을 믿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다’라고 말씀해 주셨다”라며 “16강에 올라가면 어느 팀을 만나는 건 중요치 않다. 말레이시아전을 어떻게 더 완벽하게 준비해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”라고 강조했다.
이번 대회에서 비판을 넘어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는 선수들도 몇몇 있다. 황인범은 “어떤 선수든 좋은 피드백도 받지만, 안 좋은 피드백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. 팀이 잘해야 그런 비난도 줄어들 수 있다. 내부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”라고 전했다.
끝으로 그는 “내가 제일 힘들어봤던 선수다. 전혀 문제가 될 만한 것도 없고,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란 말을 해주고 싶다. 벤치를 포함해 명단에서 제외되는 3명, 그리고 (김)승규 형까지 26명 모두 누군가 힘들면 마음속으로 늘 응원한다. 모두들 누구나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걸 잘 안다.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. 팀으로 잘 준비해서 결과를 낸 뒤 모든 피드백을 받고 싶다”라고 덧붙였다.